Book in the Cabinet우리의 계절은 여름이었다 ㅡ 허수경 「레몬」 여름은 가장 눈부신 계절이면서도, 가장 선명하게 지나가는 계절입니다. 뜨거운 햇살 아래 피어나는 사랑과 우정, 한낮의 열기와 저녁의 바람, 그리고 끝내 지나가 버린 시간까지.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여름을 품은 채 살아갑니다. 프로토콜은 지난 8월, 문학과지성사와 함께 기획 전시 「우리의 계절은 여름이었다」를 선보였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여름을 닮은 문학과지성사의 시집을 한자리에 모아, 커피와 함께 천천히 책을 읽고 계절을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프로토콜의 지류함을 활용한 작은 전시 시리즈 _____ in the Cabinet의 일환으로 진행했습니다. 책, 사진, 음악처럼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지류함의 각 서랍에 이야기를 담아 소개하는 전시입니다. 그 첫 전시로 바다, 초록, 비, 밤, 안개, 바람 등 여름을 떠올리게 하는 열 개의 단어를 골랐습니다. 각 단어에서 떠오르는 시집을 하나씩 골라 지류함에 담았고, 방문객들이 직접 서랍을 열어 책을 꺼내 자리에서 자유롭게 읽어볼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바다를 떠올리며 시집을 꺼내고, 초록을 생각하며 또 한 권을 꺼내고, 비가 오는 날에는 비에 관한 시를 찾아보는 것처럼 각자의 방식으로 여름의 문장을 만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전시와 함께 두 권의 시집에서 영감을 받은 스페셜 블렌드도 준비했습니다. 이병률 시인의 「바다는 잘 있습니다」와 조용미 시인의 「초록의 어두운 부분」에서 떠올린 서로 다른 여름의 풍경을 두 잔의 커피에 담았습니다. 각 시집이 가진 분위기와 여름의 이미지를 커피의 향미로 풀어내어, 모두 브루잉 커피로 소개했습니다. 8월 한 달 동안 프로토콜 연희점과 상수점에서만 만나볼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책을 읽으러 왔다가 커피를 마시고, 커피를 마시러 왔다가 시집 한 권을 꺼내 읽는 경험도 이번 전시가 바랐던 모습 중 하나였습니다. 마음에 오래 남는 책이 있다면 올여름을 기억하는 마음으로 소장하고, 잠시 머물다 빈손으로 돌아가더라도 괜찮은 시간. 그렇게 프로토콜은 책과 커피를 통해 각자의 여름을 천천히 떠올릴 수 있는 작은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지나가 버린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지만, 그 계절에 만난 문장과 향은 오래 남기도 합니다. 이번 전시가 여러분에게 그런 여름의 한 장면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