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TOKOLL : 프로토콜에 처음 방문하셨던 날을 기억하시나요?종민님 : 2023년 여름이었네요. 지금의 상수 매장은 공사 중이었고, 쇼룸 자리에서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던 때였어요. 마침 석사 과정을 시작하며 근처로 이사를 왔는데, 집 바로 앞에 미니멀한 공간이 생겼길래 호기심에 들러봤죠. 원두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설명해 주시던 직원분들의 그 '담백한 태도'가 참 좋았습니다. PROTOKOLL : 하루 일과 중 언제 프로토콜에 방문하시나요?종민님 : 요즘은 날이 추워 주로 테이크아웃을 하지만 역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오후 1시에서 5시 사이예요. 제게는 가장 깊게 머리를 쓸 수 있는 시간대거든요. PROTOKOLL : 늘 1층 바(Bar) 자리에 앉으시잖아요. 그 자리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고 계신가요?전 너무 조용하면 오히려 집중이 깨져서 딴짓을 하게 되더라고요. 커피 가는 소리, 주문 소음, 미니멀한 음악이 섞인 적당한 생활 소음이 오히려 몰입을 도와줍니다. 특히 바 테이블의 의자는 등받이도 없고 발이 바닥에 닿지 않아서 몸이 살짝 긴장되는데 그게 일하기엔 최적이에요. 가끔 직원분들과 나누는 소소한 스몰 토크도 이 자리를 찾게 만드는 소중한 이유 중 하나고요. PROTOKOLL : 개인 컵을 챙겨오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연구가 피크일 땐 하루에 두세 번씩 커피를 사다 마시며 집에 박혀 있었어요. 너무 바빠서 쓰레기도 제때 못 버릴 정도였죠. 논문을 제출하고 나서야 방 안의 종이컵과 플라스틱 컵이 10개 넘게 쌓여있는 걸 보고 '이럴 거면 그냥 유리잔을 들고 가자' 싶었습니다. 그러다 종종 일회용 컵을 쓰다 하루는 아연 님께서 "요즘은 컵 안 가져오세요?"라고 넌지시 물어보셨는데, 그 덕분에 이제는 매일 챙겨 나오는 루틴이 되었네요. PROTOKOLL : 프로토콜에 거의 매일 찾아와 주시는데요. 하루의 루틴이 된 이 공간이 개인적으로는 어떤 장소로 자리하고 있는지 궁금해요.제게 카페인을 섭취하는 건 '정신의 높이'를 위로 끌어올리는 과정이에요. 각성된 상태로 몰입하다가 서서히 그 높이가 내려오는 과정이 마치 패러글라이딩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프로토콜은 그 비행을 위해 고도를 높이는, 제 하루의 시작점 같은 공간입니다. PROTOKOLL : 이 공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나눠주실 수 있을까요?‘콜롬비아 엘 디비소 옴블리곤 플로럴 심포니 내추럴'을 아이스로 마셨던 날입니다. 일하면서 마시는데 계속 어디선가 먹어본 듯한 맛이 맴돌더라고요.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찾아냈는데 예전에 독일에서 먹었던 특정 브랜드의 라즈베리&크랜베리 다크 초콜릿 맛이었어요. 테이스팅 노트라는 게 왜 존재하는지 처음으로 온전히 실감했던 순간이라 기억에 남습니다. PROTOKOLL : 떠나기 전에 프로토콜에 남기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들려주세요.2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좋은 커피를 쉽고 합리적으로 마실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다만 매일 이곳에 머물며 작업하다 보니 이제는 플레이리스트의 다음 곡이 무엇인지, 또 어떤 나레이션이 나올지까지 전부 예상이 가능해져 버렸네요. 이제는 정말 새로운 플레이리스트를 들어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