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작은 쉼터 그레이레이지 두구 두구. 일곱 번째 브루잉 투게더 이야기입니다. 이번 여정은 전라남도 무안에 자리한 파트너사 ‘그레이레이지’와 함께했었습니다. 그레이레이지는 오픈을 앞두고 직원분들이 캐리어를 들고 서울로 올라왔었습니다. 프로토콜 쇼룸에서 파트너사 초기 트레이닝을 받기 위해서였지요. 그때의 진지한 눈빛과 배우고자 하는 태도는 시간이 지나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만큼 열정이 남달랐습니다. 이후 시간이 흘러 파트너사 정기 방문을 위해 프로토콜이 무안을 찾았던 날. 그레이레이지 대표님께서는 매일 손으로 기록해 온 세팅 일지 노트를 꺼내 보여주셨습니다. 빼곡히 채워진 기록 속에는 커피를 대하는 진심과 고민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이토록 꾸준한 열정으로 커피를 생각하는 공간에서 프로토콜의 원두를 선택해 주셨다는 사실이 새삼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동시에 저희 역시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준비해야겠다는 좋은 자극을 받았던 순간이었습니다. 그 마음을 이어가며 그레이레이지와 함께한 이번 브루잉 투게더에서는 두 가지 싱글 오리진 커피를 선보였었습니다. 각자의 개성이 또렷한 두 커피를 통해 무안에서의 시간이 더욱 깊어졌습니다. 무안에서 반갑게 마주했던 그날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것 같습니다. 더 나은 한 잔을 찾아 나서는 여정 PROTOKOLL : 그레이레이지가 있는 무안이라는 도시는 어떤 장소인지 궁금해요.그레이레이지 : 무안 남악은 진도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자란 제가 처음 살아본 도시입니다. 벌써 15년이 훌쩍 넘었네요. 처음엔 시골에서 올라왔다는 이유만으로 이곳이 꽤 큰 도시처럼 느껴졌지만 지금 돌아보면 당시엔 막 개발이 시작되던 시기라 아직은 비어 있는 곳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군대에서 휴가를 나올 때마다, 또 타지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돌아올 때마다 조금씩 달라진 풍경이 눈에 들어오곤 했어요. 새로 생긴 건물들, 익숙했던 자리의 변화들. 그렇게 시간이 쌓이면서 이곳도 점점 도시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됐습니다. 어쩌면 저 역시 그 시간 속에서 함께 자라온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게 남악은 변화를 함께 지켜보며 같이 성장해 온 도시로 기억됩니다. PROTOKOLL : 처음 그레이레이지에 도착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창 밖으로 펼쳐진 푸릇한 풍경이었어요.그레이레이지 : 그레이레이지를 시작하기 전에 운영하던 술집, 그리고 지금 함께 운영하고 있는 식당까지 모두 공원과 맞닿아 있습니다. 아마 시골에서 자라서인지 저는 유난히 공원이 좋습니다. 매장을 운영하다 보면 고민과 걱정이 끊이지 않는데 그럴 때마다 잠깐의 산책이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푸른 나뭇잎이나 흩날리는 낙엽을 보면서 ‘아, 지금 이런 계절이구나’ 하고 새삼 깨닫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계절의 변화를 바라보는 짧은 여유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그레이레이지 역시 그런 여유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곳이었으면 했습니다. 다른 매장과 달리 2층에 자리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예요. 직접 테이블의 크기와 높이를 조정해 앉았을 때 도로나 차가 보이지 않도록 공간을 구성하기도 했습니다. 알아봐 주는 분은 많지 않지만 저에게는 꽤 중요한 기준이었죠. 계절을 담고 있는 공원이 곁에 있는 동네, 그리고 그 풍경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공간. 아마 저는 프로토콜과 함께했던 브루잉 투게더가 푸른 여름에 있었다는 사실도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습니다. PROTOKOLL : 그레이레이지가 막 시작되던 시기에 프로토콜과의 인연도 함께 시작되었다고 들었어요. 지금 어떤 원두를 사용하고 계신지, 또 많은 로스터리 중에서 프로토콜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그레이레이지 : 지금은 프로토콜의 블렌드 ‘슈퍼노멀’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단순해요. 맛있는 커피를 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제 기준이긴 하지만요. 보통은 고소한 커피와 산미 있는 커피를 함께 두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고소한 커피 한 가지에 집중해서 꾸준히 좋은 상태로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원래 고소한 커피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다만 프로토콜을 만나기까지는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습니다. 매장을 준비하던 당시에는 매니저님이 고려하던 다른 로스터리의 후보들도 있었고 실제로 여러 원두를 지금 매장에서 테스트해 보기도 했어요. 그런데 제가 찾던 맛이 쉽게 나오지 않더라고요. 주거 상권에 있고 2층에 자리한 카페라 재방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주 마셔도 부담 없고 오래 마셔도 질리지 않는 커피를 원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전에 서울에서 프로토콜에서 마셨던 커피 한 잔과 ‘매일 한 잔의 커피만 마셔야 한다면 어떤 커피여야 하는가’라는 문구가 떠올랐어요. 그렇게 프로토콜 원두로 다시 테스트를 했고 모두가 ‘이거다’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 역시 매일 마시고 싶은 커피라고 느꼈고요. PROTOKOLL : 프로토콜 팀과 ‘브루잉 투게더’프로젝트로 함께 보낸 하루 어떠셨어요?그레이레이지 : 조금은 신기한 하루였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만 보던 ‘브루잉 투게더’에 우리 카페가 함께하게 되었다는 사실도, 동네에서 처음으로 서울의 로스터리와 이런 형태의 행사를 진행한다는 점도요. 평소 따뜻한 아메리카노만 드시던 단골 손님이 그날만큼은 브루잉 커피를 주문하는 모습을 보며 새삼 놀라기도 했습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출발해 분명 피곤했을 텐데도 커피를 진지하게 대하는 프로토콜 팀원들의 태도를 보면서 커피를 대하는 자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어쩌면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는 과정들을 당연하게 여기고 더 나은 한 잔을 위해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파트너사로서 더 깊은 신뢰를 느끼게 된 순간이기도 했고요. 커피를 함께 내리고 손님들에게 브루잉 커피를 소개하는 경험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좋은 공간을 만들고 맛있는 커피를 전달하는 우리 역할에 더 집중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긴 하루였습니다. PROTOKOLL : 하루 동안 저희와의 경험 중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나누어 주실 수 있나요?그레이레이지 : 지금도 사진으로 남겨두고 있는 장면이 하나 있어요. 주방에서 바라본 바의 모습이었습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프로토콜 팀과 그레이레이지 팀이 자연스럽게 각자의 역할을 해내고 있었고, 그 장면을 기록하고 있는 팀원까지 한눈에 들어왔던 순간이었어요. 약 2년 동안 이어온 신뢰가 있어서인지 큰 흔들림 없이 어우러지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단순히 원두를 납품하고 받는 관계였다면 볼 수 없었을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토콜 덕분에 오래 기억하게 될 하루였고 그런 순간을 함께 남길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