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눈에 들어온 한 문장 나와 같은 나이대의 사람들에게는 ‘품질 제일, 안전 제일’ 처럼 태도와 의지를 다지는 문장이 친숙하다. 어릴 적 제조업을 운영하시던 아버지의 공장에 따라가면 공장 한편이나 작업장 곳곳에 이런 문구들이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다. 세월이 흐른 지금, 아버지와 종목은 다르지만 나 역시 제조업에 몸담고 있다. 문득 그 시절을 떠올리다 보니 왜 그렇게 많은 문장이 공장 안에 걸려 있었는지 알 것만 같다. 아마도 스스로 목표를 잊지 않기 위한 일종의 마음가짐이지 않았을까? 품질만이 살 길이다! 공장에서 보았던 문장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납품만이 살길이다’였다. 로스팅과 커피 추출, 파트너사와 함께 보내는 모든 시간들이원두를 안정적으로 납품하는 회사로 성장해 나가기 위한 노력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문장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같은 생두를 사용하더라도 로스팅 시간과 열을 가하는 방식에 따라 커피의 맛은 달라진다. 파트너사로 납품을 하는 일은 차곡차곡 마음의 마일리지를 쌓는 일과도 같아서 이 세밀한 차이로 달라지는 커피의 균일성과 품질을 모두 잘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로스터는 단순하게 로스팅만 열심히, 그리고 잘 하면 될 줄 알았다. 그렇지만 내가 경험하고 있는 제조업은 급격히 상승하는 커피 지수와 가격처럼 수많은 변수들과의 맞서는 일상이었다. 로스팅은 갈수록 참 어렵지만 요즘 자주 떠올리는 문장. 납품만이 살길이다. 이제 시작이다.